Saturday, December 31, 2011

하늘 (Sky)




<
박두진>

  
하늘이 내게로 온다.
  
여릿여릿
  
머얼리서 온다.

  
하늘은,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
  
호수처럼 푸르다.

  
호수처럼 푸른 하늘에
  
내가 안긴다. 온몸이 안긴다.

  
가슴으로, 가슴으로
  
스미어드는 하늘
  
향기로운 하늘의 호흡

  
따가운 ,
  
초가을 햇빛으로
  
목을 씻고.

  
나는 하늘을 마신다.
  
자꾸 목말라 마신다.

  
마시는 하늘에
  
내가 익는다
  
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.

Sky

<Park, Du Jin>

Sky is coming toward me.
Gingerly gentle
from far away

Sky, the sky coming from far away
is blue like a lake

Into the lake blue sky
I am submerged. Entire body submerged

Into the breast, breast
seeping sky
aroma of the sky's breath

Warmth of the sunlight
with the early autumn sunlight
cleansing the neck

I drink the sky.
Again I drink in thirst

In the sky I drink
I get ripen
like an apple I get ripen


이 시를 읽을 때 <전쟁과 평화>의 프란츠 베주호프를 생각나게 한다. 인생의 근원적 문제로 극심한고뇌와 번민을 하던 그가 전쟁터에서 포탄에 맞아 쓰러졌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하늘을 본다. 평화로운 하늘을 보게 된다. 하늘, 평화와 안식의 하늘, 그와같이 나 또한 젊은 날 처음으로 언덕에 누워 이 시를 읖조리며 하늘을 보게 되었다. 구원의 하늘. 하나님의 하늘. 그때 분명히 하늘이 내게 여릿여릿 닥아왔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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